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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첫째 아이를 만나다. 유도분만 출산후기(40주 4일) / 쉬즈메디 병원
    육아이야기/첫째 아이 2020. 1. 21. 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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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산의 고통을 겪는다는 것은 어렸을 때부터 꾸준히 상상해왔지만 현실은 많이 달랐다.

    그정도 레벨의 고통을 겪어본 적이 없기때문에 상상자체를 잘못 한 것이었다.

     

    나는 산모들이 피할 수 있으면 피하고싶은 유도분만으로 아이를 낳았고 초산모라 그런지 40주에서 4일이 지나 아이가 꽤 큰 상태로 분만을 했기에 더 힘들게 느꼈을 수도 있다.(엄살이 아니다ㅠㅠ)

     

    애초에 예정일은 2020년 1월 7일로 내 생일과 같았고 며칠간 싸르르하고 배가 아프거나 수축이 계속 잡혔지만 예정일 당일에도 진통으로 이어지지는 않았고 이슬, 양수터짐 등 곧 분만을 하겠다는 증상이 전혀 없었다. 결국 며칠간 폭풍운동을 하면서 유도분만을 2020년 1월 11일로 잡았다.

    유도분만 당일아침, 새벽에 겨우 잠이들어 1시간 30분만 잔상태로 입원준비를 시작했다. 8시까지 입원하기 위해 아침 7시에 나와서 남편이랑 설렁탕집에가서 매생이설렁탕 한그릇을 뚝배기채 다 비우고 아직 얼떨떨한 마음으로 병원으로 갔다.

    가자마자 파자마입원복으러 환복하고 촉진제를 투여했는데 진행이 너무 느려 1시간동안 병원복도를 파워워킹했고 이어서 태동검사와 내진을 진행하였고 두 번째 내진 때 양수가 터졌다. 이후 이를 반복하였고 점점 진통주기가 2~3분으로 줄어들면서 참기 힘든 진통이 배를 지나갔다. 자궁문이 넉넉한 5cm로 열렸을 때 무통주사를 놨는데 무통효과가 있었던 2시간동안 겨우 1cm 만 열려서 결국 무통을 더이상 쓰지 않고 생진통으로 아기를 낳기로 결정됐다.

    정말 두려웠다.. 이제까지 아팠던 것보다 앞으로 훨씬 아플텐데 내가 과연 잘 견딜수 있을까.. 무서웠지만 이 진통을 내일까지 겪을 수 없으니 제발 오늘내로 끝내자라는 집념 하나로 아직 위쪽에 있는 아가를 내리기 위해 짐볼을 미친듯이 타고, 진통이 오면 남편이 어깨를 주물러주던가 허리를 만져주던가 하는 식으로 진통을 천천히 이겨냈다. 진통을하다가 아래가 묵직한게 아기가 내려온 느낌이 났고 간호사와 함께 분만시 힘주기 연습을 같이 하였다. 이 때 간호사가 어마무시한 내진을 진행하였지만 수치심 느낄새도 없었고 간호사가 나를 아프게해도 나를 도와주는게 느껴져 최대한 간호사의 말을 따랐다. 

    다리양쪽을 손으로 잡고 얼굴은 배꼽쪽을 바라보는 자세츨 취해야 하는데 이때 배가 더 심하게 쪼여오는데 살다가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고통에 너무 당황하였고 이정도로 아픈거였다면 임신도, 자연분만도 하지않았을거라 생각하면서 살려달라고 말했다.


     

    간호사선생님이 3번정도만 더 힘주고 분만준비 바로 시작하자고 그때 주치의선생님 오실테니까 그때 낳자며 말하는데 드디어 이 악몽같은 고통속에서 벗어날수있구나, 30분이면 안아플수 있구나 생각이들며 작은 희망을 가지고 계속 힘을 줬다.

     

    드디어 진통시간..! 배는 아픈데 다리는 누르고 숨도 못쉬고 힘주지.. 표정은 일그러지고 이빨상할까봐 진통내내 입술깨물고 진통해서그런지 입술안쪽은 다 헐었지...... 두번다시는 못하겠다 생각하면서 3번만에 끝내자라는 의지로 나의 한계를넘고 한계를 또 뛰어넘었다.

    아이 머리가 다 내려왔구나 싶은 순간에 주치의 선생님이 바로 들어왔고 의료진들이 아기를 잘 받을 수 있도록 침대를 편하게 변신시켰다.

    곧 회음부열상주사를 맞고 회음부 절개가 진행되고 아이가 탄생했다.

    간호사 선생님이 10시 19분 아이가 태어났다고 알람하고 아이를 내 가슴팍위로 올려주는데 약간 하얗고 보라빛을 띈 캡숑이를 처음보니 눈물이 나기 보다는 "내 아긴가? 캡숑인가?" 이런생각이 들었다.

    뭐, 나도 초음파 사진으로만 봤지, 처음 뵙는 자리였으니... 그럴만도

     

    입원 14시간 30분, 진통 10시간 30분 만에 3.64kg 이라는 큰 무게로 나의 첫째 아이를 만났다.

    출산하자마자 밥달라고해서 밥을 먹고 2시간의 회복시간을 가진 후에 분만실에서 나왔는데, 우리엄마와 시어머니.... 나를 환하게 반겨주셨고 내가 너무 자랑스럽고 너무 대견하다고 하셨다.

    특히 우리 시어머니께서 병원오시다가 넘어지셔서 손에 피도 나시고,, 나 진통할때 눈물을 흘리시기까지 하셨단다..
    1인병실로 옮겨서 잠시 얘기를 나누는데 어머니 손이 내손처럼 통통 부으셨다.
    마음으로 진통하셨나보다.

    정말 세상 어머니들 너무 대단하고, 자연분만이든 제왕절개이든 이렇게나 힘든 과정을 거쳐서 나를 낳아준 우리엄마에게 너무 미안하고 고맙다.

    앞으로 우리아기 정말 잘 키울꺼다!!

     

     

    참고로 병원비가 122만원이 나왔당.. 헝.. 왜이케 많이 나온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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